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잘 지내냐...”
“추석 앞두고 글로 전하는 것보다 목소리 듣고 싶어서...”
“그리고 앞으로도 무슨 계획이 있나 하고...”
나는 답했다.
“대천명(待天命)하고 있는 중이야...”
“이제 살아 보니 진인사(盡人事)란 얼마나 교만 했는가를 알겠노라...”
“그래... 이제야 철이 드는 것 같은 소리를 듣는 구나...”
“그래 말이야. 이제야 인간의 노력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가를 알 것도 같다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의 할 도리를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내가 대학 연구실에 대학교수 생활을 시작 할 때부터 정년이 되어 연구실을 비우던 때까지 액자로 붙어있던 글이다. 내가 기업은행에 근무할 때 지인이 휘호로 써준 글씨를 족자로 만들어 걸어 두었다.
“이것이 그대에게 주는 지침의 글이요...”
“좌우명을 삼으면 성공 할 것이요.”
그는 나에게 이 글은 그대의 운명이요 하면서 준 것으로 기억한다. 이 글의  뜻대로 살아가면 성공의 길을 갈 것이라고 준 것이리라.

국립대학교수로 35년여를 살면서 늘 진인사(盡人事)하려고 애썼다. 무슨 일이 생기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성공하며 살아가는 길이라고 학생들에게도 가르쳤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한 후에야 하늘의 말씀을 기다린다(待天命)는 성실을 기본으로 지켜왔다.

대학1학년 경영학원론을 강의하시던 최성실(崔誠實)교수님은 강의 첫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이름은 최성실이요...”
독특한 필체로 칠판에 써 놓으시고 하신 말씀이
“수필집에 성실이라고 하니 여자 이름인줄 아는 가 본데, 이름이 성실일세...”
“나는 이름도 성실하니 성실한 생활이 내 생활이지...”
동경대학(東京大學) 출신이시던 그분은 정말 몸으로 성실을 가르치셨다. 진인사(盡人事)하시는 모습을 배웠다. 교수님은 나를 성실하게 지도하셨다. 나는 72년 4학년 2학기 당시 중소기업은행에 합격해 입행할 수 있었고, 결혼 주례도 부탁 드렸다. 그는 주례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군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갖춘 사람입니다. 내가 4년간 지도해 보니 이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그는 아마도 이 말에 맞는 생활을 할 것입니다.”

누구에게 맞는 말을 해 준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맞는 말은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자문해보니 대천명진인사(待天命盡人事)가 맞다. 그렇다. 최선을 다한다고, 그리고 이를 악물고 피땀을 흘려 가며 잠 안자고 해도, 하늘의 명(命)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인정하려고 한다.

진정한 깊은 속내는 바라는 것들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이니...”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얼마나 속절없는 것인가? 그런데 이제는 분명한 것을 알 것도 같다.
“하늘의 뜻이 먼저 인 것을...” 그리고
“하늘이 부르지 않는 다면 모든 것이 허사인 것을...”
이것은 교만 한 것이 얼마나 나에게 해악을 끼치는 가를 깨닫게 해 준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넘어짐의 앞잡이이니...”

그래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아니고 대천명(待天命)이 먼저이고 하늘의 말씀이 있을 때 진인사(盡人事)하여 하늘의 뜻에 보답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임을 깨닫게 된다. 이제 이렇게 하니 하늘이 두렵다. 가을 하늘, 맑고 푸른 하늘과 두둥실 밝은 달이 떠서 총총한 별과 함께 우리를 내려다보는 저 하늘이 두렵다. 좀 더 겸손해야 하겠다. 좀 더 하늘의 뜻을 간구하여야 하겠다. 그래서 하늘이 내려주는 큰 뜻을 성실하게 이루려 하는 모습이 나 다운 모습이 되어야 한다. 좀 더 낮아져야 하겠다.
“좀 더 낮아 져야 하겠다...”

투데이광주하남  webmaster@tgh.kr

<저작권자 © 투데이광주하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