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봉 더불어민주당 정책위부의장 / 전 하남시장 

기가 막힌다. 경기 동부권의 오랜 숙원사업이자 수도권 교통분산의 핵심이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사업이 관련부처 장관의 말 한마디에 무산된 것이다. 그것도 야당의 정당하고 근거 있는 의혹제기를 국책사업무산의 이유로 들었다니 전대미문의 횡포에 귀를 의심할 지경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송파에서 하남, 광주를 거쳐 양평에 이르는 총길이 27km의 고속도로로 수도권에서 양평으로 가는 6번 국도의 교통량을 분산하고 고속도로 음영지인 경기동부일대의 도로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고속도로이기에 오래전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사업관철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지난 2017년 1월, 국토교통부 고속도로건설 5개년계획에 반영되었고 5년 후인 2021년 4월에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함으로써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지역민들 뿐만 아니라 수도권 교통안정화라는 거시적인 국가정책에도 부합하는 결과로 평가되었다.

한데 지난 5월 8일, 국토교통부는 애초에 계획된 양평의 양서면 노선이 아닌 강상면으로 변경된 안을 발표하면서 사업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국책사업으로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한 고속도로가 별다른 이유 없이 노선이 변경된 경우도 이례적이거니와 국가정책을 공개적인 협의도 거치지 않고 밀실에서 몰래 변경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때맞춰 새로운 노선으로 발표된 강상면 일대에 영부인인 김건희여사 일가의 토지까지 확인되었으니 합리적 의심을 넘어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관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상식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한데 지난 6일, 국토교통부의 원희룡 장관은 잔뜩 화난 목소리로 서울양평고속도로사업을 전면 무효화 한다고 발표했다. 야당을 향해 가짜뉴스 운운하며 마치 무산의 책임이 야당의 의혹제기에 있다는 듯이 쏘아붙였다. 그뿐인가, 다음정부에서나 하라며 빈정대기를 서슴치 않았다. 일국의 장관에 불과한 자가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협박과 조롱을 일삼는 작태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묻는다, 지금까지 야당의 의혹제기를 빌미로 국책사업을 무산시킨 정권이 있던가.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오직 서울-양평 고속도로 개설을 위해 발벗고 뛰어다닌 그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눈물을 조롱한 정권이 있었던가. 국책사업인 수도권 고속도로개설사업이 권력의 말 한마디에 무산될 수 있는가. 이 정부에선 김건희여사의 존재가 합리적 의심도 용납되지 않는 ‘절대존엄’이란 말인가.

국민에 대한 예의도, 국책사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윤석열 정부는 지금 당장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발표를 철회하고 논란을 키운 원희룡 장관을 문책하고 더 나아가 정권교체기를 틈타 노선이 변경된 경위와 그 과정에서 절차상의 불법이 있었는지를 낱낱이 밝혀 국민의 분노에 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2021년 환경영향평가 조사 당시의 원안인 양평 양서면으로 노선을 확정함으로써 더 이상의 혼란과 분열을 멈추기를 엄중히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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