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해 피해를 겪으면서 칠흙같은 어둠 안에서 희망의 불빛 렌턴을 빌려주신 최전선에서 사투하시는 관내 119 소방서에 작은 감사 인사라도 드리러 가는 길이었다.

같이 동행한 누님에게서 이번 수해로 인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사는 경기 광주 내에서도 사망자도 발생했고 아직도 실종 상태인 분도 있는 수해 피해가 막대한 지역이다.

누님이 수해복구 자원봉사를 간 집에는 정신지체 아들과 아버지가 있었다고 한다.

침수된 세간을 치우지도 못한 참혹한 집안에서 정신지체 아들과 아버지 둘이 입을 옷가지 하나 없이 물이 잔뜩 먹은 매트리스 위에 비닐을 깔고 잠을 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마음이 너무 먹먹해서 소방서에 가는 내내 애써 외면이라도 하듯 창문밖만 내다보았다.

아내에게 그분들 사연을 말했다.

아내가 글썽 글썽하면서 "대체 경기 광주시는?, 공무원들은 뭐 하는 거야, 잘 사는 강남은 막대한 지원으로 거의 다 복구했다면서 우선적으로 그런 시급한 분들부터 예산이든 지원금이든 선집행해서라도 당장이라도 넘어가는 숨이라도 쉴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야?" 하면서 분개해 한다.

그러면서 "이번에 우리도 물난리를 겪어봤잖아. 그분들이 조금이라도 편히 잠이라도 잘 수 있게 우선 우리라도 매트리스 하나 사드리자"라고 아내가 내게 말한다.

나도 전해 들은 거라 거처를 몰라서 누님에게 연락해 보라고 했다.

아내가 전화를 하면서 한숨을 쉰다.

그런 분들이 이번 큰 수해가 난 광주에 너무 많아 일반인이 한 가정만 그렇게 해주기는 그렇다고 조금 기다려보라고 했다고 한다.

아직도 대한민국 정치나 행정 시스템은 답답할 만큼 변하지 않는 4류에도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이번에 나또한 집이 침수당하는 수해를 입고 아내와 청소하기도 바쁜 와중에 서류를 꾸며야 한다고 읍에서, 시에서 무슨 처리 기관이 다다르고 서류가 그리많고 절차가 많은 것인지 대체 담당자가 있는 것인지,

이미 보낸 사진이나 수해 내용을 또 보내라고만 하는 이곳저곳에서 중구난방인 그런 연락만 자꾸만 왔다.

수해 접수도 읍에서는 접수가 되었다고 하고 시에서는 누락이라고 하고 무슨 행정이 일원화도 안 되어 있고 말도 다 다르고 발 따로 몸 따로 손 따로 움직이는 행정에 체계화나 시스템화를 기대한 내가 오히려 사치였나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수해 확인 나온 공무원에게 내가 그랬다.

"라면이나 구호품 그런 거 줄 생각 마시고 침수되어 내다 버린  저 산더미 같은 쓰레기 좀 먼저 치워주시고 수인성 전염병이 더 걱정되니 방역 부터 먼저 해 달라"고 하는 내게 "관의 정해진 매뉴얼이 그래서 절차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에 실망을 넘어 좌절을 느꼈었다.
 
지금 다시 비가 내리는 이 저녁에도 수해를 입은 몸이 불편한 오포의 어느 모자는 젖은 매트리스에 비닐을 깔고 이불도 없이 버티고 있을 생각이 드니 나도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내 지역 경기 광주시에, 불철주야 바쁘신 공무원님들에게 묻고 싶다.

서류나 행정 절차 따위 다 집어치우고 급박한 이런 분들부터 선제적으로 먼저 손길을 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시민을 위한 행정 아닐까 한다.

"행정은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되묻고 싶다.

이번 급작한 폭우로 관내 곳곳에서 소임과 책임을 다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나도 안다.

하지만, 너무 서류나 절차에 얽매인 이런 융통성 없는 시스템으로 당장에 손길이 시급한 분들이 고통을 덜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글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라고 규정되고 있다. 공무원은 주권을 가진 국민의 수임자로서 언제든지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공익을 추구하고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진다."라고 쓰여진 문구를 상기해보면서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행정이나 절차보다 최우선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최요한  webmaster@tgh.kr

<저작권자 © 투데이광주하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