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하나밖에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의 현장도 바로 그런 곳이지요. 휴전의 굴레 속에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DMZ(Demilitarized Zone)은 6,25한국전쟁의 상흔(傷痕)이 채 아물지 않은 공간입니다. 북한과 맞닿아 있어 늘 긴장감이 감도는 곳이지요. 휴전선 248km구간엔 북한을 조망할 수 있는 11개의 전망대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졌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단연 파주 장단에 자리한 도라 산 전망대이지요. 이곳에선 육안으로도 북한의 기장 마을과 개성공단, 개성시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주변엔 캠프 그리브스와 제3땅굴 등이 있어 매년 수십만이 찾는 DMZ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지요.

그런데 전망대 중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전망대는 태풍전망대입니다. 연천군 중면의 DMZ내에 위치한 이 전망대는 도라 산 전망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안겨주는 곳이지요. 기장 마을 외에는 개성공단이나 개성 시가지가 북한이라고 느끼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태풍전망대에선 철책 너머 북한 땅 오장동 농장이 한눈에 들어오지요. 북으로부터 유유히 굽이쳐 흐르는 임진강과 강 자락 주변의 산과 들, 북한군 초소까지 저절로 남북 분단의 현실을 느끼고 긴장하게 됩니다. 비록 거리가 멀어 연간 6만 정도의 관광객만이 찾고 있지만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 것입니다. 26년 만에 새롭게 단장했기 때문이지요.

의자를 자연친화적인 나무 의자로 바꾸고 바닥도 나무로 만들어 친근감을 높였습니다. 휴전선까지 600m, 북한초소까지 1,600m밖에 되지 않아 전망대 전면을 방탄유리창으로 바꿔놓았지요. 망원경도 설치해 사계절 색다르게 옷을 갈아입고 나타나는 산과 들과 강 자락은 물론 농사일을 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도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에게 북한 주민은 절대로 그냥 스쳐지나가는 '아무나'가 아니다. 수백만 우리국민의 가족과 친척들이 아직도 북한에 살고 있다.”는 오준 前 駐유엔대사의 말처럼 우리 남북 분단의 현실과 안보불감증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새롭게 되새길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지요.

지난봄 연천에는 임진강 절경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한 폭의 동양화 같은 길이 생겨났습니다. 바로 ‘연강 나룻 길’입니다. 연강(漣江)은 연천을 흐르는 임진강의 옛 이름입니다. 임진강 기슭의 연강 나룻 길은 지난날 선사시대를 살았던 조상이 남긴 길을 그대로 복원해 만든 길이지요. 연강 나룻 길도 태풍전망대와 이어집니다. 태풍전망대를 오르는 길목엔 연강 갤러리가 있지요. 연천군과 경기관광공사가 10억을 들여 횡산리 안보교육관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작품입니다. 정전(停戰) 후 DMZ 내에 건립한 최초의 문화공간이기도 합니다. 태풍전망대를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에 잠시 들러 숨을 고르면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환상적이지요.

연강 갤러리 주변에는 습지공원도 있고 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 옥녀봉에는 10m크기의 조각가 유영호의 작품  인사하는 사람, ‘그리팅 맨(Greeting Man)’도 만나볼 수 있지요. 그리팅 맨은 세계 곳곳에 세워졌고 우리나라에도 몇 곳에 있지만 연천 옥녀봉의 그리팅 맨은 다른 곳보다 훨씬 큰 10m 규모입니다. 이곳 그리팅 맨이 우뚝 서서 인사하는 방향은 북녘입니다. 단순한 조각품이 아니라 자유와 평화,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물인 것이지요. 오랜 세월 평화통일을 열망해온 우리들의 염원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인근에는 산과 계곡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천혜의 재인폭포도 만나 볼 수 있지요.
 
분단의 현장은 역설적인 공간입니다. 남들이 아닌 동족 간 전쟁이라는 비극으로 인해 탄생했기 때문이지요. 팽팽한 긴장감 속에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장이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공간입니다. 그러나 태풍전망대에 서면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이 가득 차오르지요. DMZ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위험한 곳이지만 가장 평화로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더하는 의미 있는 일이지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분단의 현장인 DMZ는 역사와 문화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태풍전망대를 찾아 여 여하게 흐르는 임진강과 북녘을 바라보며 평화의 꿈과 희망을 가득 담아 갔으면 합니다.

홍승표 사장  webmaster@tg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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