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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형!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지난 새해 벽두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사업 융성하시고...” 덕담을 하였으나 금년이 가기 전에 큰 일이 터지고 말았어요. 얼마 전 만난 한 중소기업가가 이런 말씀을 들려줍니다. “지난 가을부터 주문이 확 줄어들어 혼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경제가 말이 아닙니다. 더구나 물가는 껑충 뛰고, 취업은 안 되고, AI(Avian Influenza : 조류독감)로 살 처분된 닭이 천 몇 백만 마리가 넘는다는데도, 세상은 온통 한 가지 얘기로 꽉 차 있으니, 마치 전쟁에서 폭탄 터진 것 수습하는 사회같이 되어 있습니다.
이 한 가지 얘기를 통해 삶이 고달픈 사름들이 얼마나 대리 만족을 하는지 몰라도 이것이 길어지면서 각가지 억측과 추론과 카더라에서 불신이 쌓이는 것이 정말 문제라고 봅니다. 수년전 통화한 내용이나 문자를 통해 다시 과거가 반추될 때 이제 앞으로는 대화도 조심해야겠구나 하는 본능을 감추지 못할 것입니다. 오래 전의 수첩과 얘기들이 범죄의 파편처럼 퍼즐의 조각의 될 때 어떤 느낌이 드시는 지요?
C 형!
북한 사회를 얘기할 때 우리는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을 얘기합니다. 서로 고발하고 통제하는 사회, 그래서 어둠의 사회라고 부릅니다. 까딱 잘못 말하면 정치범 수용소로 갑니다. 북한의 서열로 보면 최고위에 있던 사람들인 당이나 군 간부들도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에 대한 밀고와 사진이나 첩보를 통해 처단되는 사회라고 합니다. 김정은 통치에서 이렇게 처형된 고위 간부가 벌써 100여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요즈음 오가작통법 보다 더한 인터넷 사회에 살면서 신뢰를 상실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4대강 사업 파동 등을 거치면서 음모론은 끊임없이 기어 나오고, 사람들 사이에 불신이 커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신은 사회에 너무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서 국가 전체가 타이타닉호처럼 가라 안고 있다고 봅니다. 법치를 믿지 않고 의심하는 사회, 그 누구도 서로 믿지 않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신뢰를 상실하면 토론에 근거한 민주적 회의는 어려울 것입니다. 민주주의란 개인의 인격을 믿으며 의견을 존중하여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이 무엇일까 하는 것 보다는 내가 여기서 어떤 손해를 볼지 이것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추어 지면 이 회의는 망가집니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파괴는 불신의 연속입니다. 공산주의를 무서워하는 것은 이러한 공포 때문입니다. 정부의 정책은 어느 것도 믿을 수 없고, “이거 순실이 작품 아냐?” 하면 분통이 다시 터지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어요.
결과는 무엇일까요? 정부의 어떤 정책도, 친구의 어떤 약속도, 기업의 어떤 경영 정책도 신뢰가 부족하여 결국 거래 비용이 대폭 증가하는 사회가 되어 갑니다. 리더십이 상실된 사회는 엄청난 손실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사회의 바탕은 신뢰였습니다. 제가 미국에 4번 살다 왔지만, 그곳은 서로 믿는 것이 바탕이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한 미국 사회도 오보로 인해 많은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는 보도입니다.
C 형!
신뢰를 상실한 사회는 불신 비용이 증가하여 경제에 막대한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온다고 합니다. 경제가 망해가는 것이지요. 2015년 2월 27일 대한민국 붕괴의 21가지 징후라는 어느 칼럼에서 첫 번째가 『대한민국 불신 공화국』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정다운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닙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와 담을 쌓아야 개인 사생활이 지켜지는 모순된 대한민국 사회가 되어 갑니다. 그래서 사회와 소통을 거부하고, 외로워하고, 힘들어 하고, 그렇게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이 사회가 좋은 사회입니까?
어디로 가야 할 까요? 조금은 이 추위에도 추워할 이웃을 생각하고, 지나친 영웅주의나 교만에서 벗어나 진실로 이웃에게 따듯한 마음을 가지면 안 되는 지요? 그러면 시간은 걸릴지 몰라도 행복이 있는 생활이 될 것이라 봅니다. 연말연시 바쁘시겠지만 더욱 따듯한 사회가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정기성 교수 webmaster@tg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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