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의 집안인 이주동이 결혼하였다가 독립운동을 위해 떠난 지 7년이 되는 1932년에 아들 이준희 나이 8살 때 독립운동가 아내로서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인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하루아침에 고아 아닌 고아가 된 이주동의 두 아들, 이상희와 이준희는 이때부터 농사와 겨울에 땔감을 책임지며 외가에 얹혀 생활하였고, 그런 험난한 생활로 학문과 전혀 인연을 맺지 못해 문맹인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주동의 독립운동은 천도교와 함께해 1937년 독립군 양성의 핵심인 천도교길주교당건축의연금을 내며 독립군으로 활동하였다. 다음 해인 1938년에야 14년만에 광주시 실촌읍 만선리로 귀향했지만 배운 것 없이 외가에서 일꾼노릇을 하는 아들을 만나는 것이 전부였다. 1940년경 이주동은 다시 함경북도 길주 부령쪽과 만주 쪽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두 아들은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고 있었다. 집안 아저씨(李商洙)와 아버지(李大淵)를 따라나서 소년 의병으로 시작하여 31운도, 고려혁명위원회, 독립군 등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이주동은 1954년 11월 58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가장인 이주동의 계속된 독립운동으로 고향(만선리)을 지키며 피폐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야만 했던 독립운동가 가족들이 되었다. 이주동의 아들 이준희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금화지구전투에서 총상을 입었다. 이주동의 국가를 위한 가족들의 이야기는 눈물겹기 짝이 없다. 대다수의 독립운동가 가족과 후손들이 겪을 수밖에 없던 가슴 아픈 사연들이다.

한편 이대연 의병의 장남은 이주일(李株一)이다. 이주일의 장남은 이만희이다. 이만희는 이대연 의병의 장손주이다. 주로 함경북도 부령에서 생활하던 이만희는 한국전쟁이 끝난 후 서울에 와 살았는데, 이때 이호례와 결혼했다. 이호례는 1961년 남편 이만희가 죽자 불교에 귀의하여 스님이 되었고, 법명은 경한(鏡漢)이다. 

경한스님은 비구니로 1969년 시할아버지 이대연과 같은 항렬인 이상수가 의병투쟁을 하다 순국하고 시아저씨 이주동이 의병으로 활약했던 상원사를 인수하였다. 상원사는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龍門山)에 있는 조선후기 승려 조안선사가 중창한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奉先寺)의 말사이다. 창건연대는 미상이나 남아 있던 옛 유물로 추정할 때 고려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뒤 1398년(태조 7) 조안선사(祖安禪師)가 중창하였고, 무학대사(無學大師)가 왕사(王師)를 그만 둔 뒤에 잠시 머물렀다고 전한다.

1463년(세조 9) 8월 왕이 이곳에 들러 관음보살(觀音菩薩)의 현상(現相)을 친견하고 어명을 내려 크게 중수하게 하였는데, 최항(崔恒)에 의해 그 때의 모습을 기록한 「관음현상기(觀音現相記)」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그 뒤 이 절은 끊임없이 중수되어 면면히 이어오다가 1907년의 의병 봉기 때 왜병이 방화하여 겨우 법당(法堂)만 남게 되었다.

1918년 주지 최화송(崔華松)이 화주(化主) 차상원(車祥元)의 도움으로 대방(大房)을 재건하였고, 1934년 주지 최경언(崔璟彦)이 객실(客室)을 신축하였으나 6·25전쟁 때 용문산 전투를 겪으면서 다시 회진되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용화전(龍華殿)·삼성각(三聖閣)·청학당(淸鶴堂)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비구니 경한(鏡漢)에 의해서 건립된 것이다.

경한스님은 상원사 주지가 되어 한국전쟁으로 또다시 불에 타 폐허가 된 절을 재건하였다. 1970년부터 1977년까지 계속된 상원사 재건에는 경한스님의 시동생이며, 소년 의병 이주동의 차남인 이준희, 이준희의 아들 이규정 등이 함께하였다. 태고 보우가 수행하였고, 무학대사가 왕사를 그만둔 뒤 머물렀던 역사를 간직한 용문산 상원사는 대한불교 조계종에 속한 사찰이 되었다.

이후 광주 곤지암과는 인연이 끊어 진 것 같으나 경한스님의 부도비가 있고, 상원사 중창 공덕비가 나란히 세워져 있어 광주시 곤지암읍 유사리, 만선리의 이종훈 후손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로서 이종훈 선생의 흔적은 다시 연결된다. 이종훈 선생은 3형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독립운동으로 인해 맏형 가족은 강원도로 피신하였고, 그 증손자가 광주로 돌아오시어 생존해 계시다.

(이복재 편저, 양강 문화산책, 양평문화역사연구회, 2022 제 8호 )(이복재 =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자료를 인용함)

정기성 교수  webmaster@tg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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