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절이 다가온다.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 중 광주에는 이종훈 선생이 있다. 그는 천도교 지도자였다. 독립운동은 3·1 절에 갑자기 나타났다기보다 1894년 1차 동학 혁명에서 씨앗이 있었다고 보는데, 그것은 광주 출신 이종훈 경기도 편의장(동학교도의 책임자)의 2차 동학혁명 후 활동으로 연장된다. 이종훈은 1858년 2월 9일 경기도 광주시 실촌면 유여리(현재 곤지암읍 유사리)에서 아버지 이우재와 어머니 선산 김 씨의 삼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자는 치범(致範) 이고 정암(正菴)은 천도교 도호이다.(한국사, 너른고을 광주:역사와 인물, 웃담문화교육연구회 : 박연희, 윤재훈, 이주연, 임종분, 조수아, 하영호, 허미경, ㈜우리글, 2022, p. 189)

유여리는 1915년 일제의 행정구역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웃의 절골(寺洞)과 합치게 되면서 유사리(柳寺里)가 되었고, 가까운 만선리와 더불어 광주이씨 집성촌이다. 생가는 흔적이 없지만, 생가 터는 천덕봉이 보이는 나지막한 자락 느티나무가 있는 곳이다. 이종훈은 어려서 글을 잘했고 10세부터 한학을 공부하다가 14세때 학문을 접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21세에 고향에 돌아와 실촌면 사동 능곡의 넓은 삼림을 사들여 철제품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사업을 하였으나 사업부진으로 폐업하고 서울에 올라가 사업 하는 등 다양한 삶을 영위하였다. 

그 후 38세인 1893년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동학에 가담하게 되었다. 그 후 최시형과 손병희의 가르침을 받았고, 경기도 편의장으로 임명받았다. 이후 광주일대에서 활동하다가 동학운동의 지도자인 장로로 임명되었다. 이종훈은 최시형을 보필하였으나, 동학군이 패하고 1898년 최시형이 원주 송골에서 체포되어 그해 6월 교수형을 당하자 광희문밖에 버려진 최시형의 시신을 여주시 천덕봉 아래로 모시었다. 천덕봉은 이종훈의 고향인 곤지암읍 유사리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 (앞의 책, p. 194)

1906년 이종훈은 천도교 고문이 되었고, 1907년에는 천도교 중앙총부 현기사장, 1908년 대종사장, 1909년 장로에 임명되었다. 이후 1912년 10월 천도교단을 중심으로 민족문화수호본부가 결성되고 총재 손병희에 제3분과위원장에 이종훈이 임명되고, 1914년 4월 이종훈은 민족문화수호 강연을 했는데 일본 형사에게 강제 연행되었고 이후 비밀 결사 운동을 하게 되었다. 1916년 2월 이종훈은 민족운동을 찬성하고 이상재를 만났고, 이상재는 천도교가 나선다면 기독교를 동원하겠다고 하였다. 

3·1 운동에 앞서 천도교단은 구 정객, 친일 인물, 기독교, 불교 등이 참여하는 거족적인 만세 운동을 준비하였다. 그러므로 1919년의 31운동은 이미 1916년부터 준비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1919년 이종훈은 천도교 장로직분을 맡고 있었고, 25일 독립선언서에 서명하였다. 28일밤 서울 재동에 있는 손병희의 집에서 31독립운동에 대한 최종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이종훈은 64세로 민족대표 중 최고령자였다.

3월1일 이종훈은 인사동 태화관에서 손병희와 함께 참석해 민족대표 33인의 한사람으로 체포되고 보안법과 출판법 위반 혐의로 2년 형을 선고 받았다. 2년9개월의 옥중생활을 끝내고 1921년 11월 4일에 출옥하였다. 

당시 동아일보 1921년 11월 5일 자에 이종훈 출옥기사가 나왔는데, “나는 2년 징역을 살았다하여도 아홉 달이나 병감에 누웠었고, 오늘도 병감에서 나왔으니 무었 징역의 참맛은 알지 못하�呼�”였다. 그 후 손병희가 사망하자 1922년 고려혁명위원회 고문에 추대되어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하였으며, 만주에서 활동하였다. 그러나 만주에서 귀국한 후 1개월 만에 1931년 5월 2일 76세로 병사하였다. 고향에 매장되었다가 1966년 국립서울 현충원 독립유공자묘역 (19묘역 23번)에 안장되었다.

동아일보는 그의 죽음을 알리며 “일찍 기미년 민족운동에 참가하였던 33인 중 최고령자로 그는 본래 성정이 강직하여 한번 굳게 정한 뜻이라면 변한 일이 없었다”고 1931년 5월 3일 자에 부고하였다.(앞의 책, pp. 187-205)

광주 출신으로 기미독립선언에 참여한 이종훈 선생의 자손들도 독립운동에 참여하였다. 이러한 가문을 위하여 지역사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숙연해진다. 유사리의 옛 거주지는 몇 그루의 느티나무만 흔적을 남기고 있고,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기린 것이 없어 부끄럽다. 이제 3·1 절을 맞이하여 역사를 다시 되돌아보며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정기성 교수  webmaster@tgh.kr

<저작권자 © 투데이광주하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